커스텀 키보드에 입문하다. - Tokyo60

HHKB레이아웃을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나만의 커스텀 키보드.

Tokyo60 커스텀 키보드와 마우스

어느 순간부터 키보드에 푹 빠져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마우스를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작아야 한다는 이유와, "누를 키가 적어지면 잘못 누를 확률도 낮아지지!"라는 기적의 논리로 미니 배열 키보드를 계속 사들였답니다. (ㅋㅋ)

처음엔 레오폴드의 FC660 시리즈, 그다음엔 Voltex(볼텍스)Cypher(사이퍼), 그리고 또다시 레오폴드의 FC650MDS까지 왔다가 결국 1년 전에 HHKB(해피해킹)에 입문하고야 말았습니다..

도각도각거리는 무접점 스위치의 재밌는 느낌과 함께, 묘하게 편하게 디자인된 키 배열이 저의 마음을 확 끌어당겼습니다.(ㅋㅋ) 실제로 하루 만에 적응 완료하고 오히려 기존에 쓰던 키보드가 너무 불편해서(...) 회사와 집, 총 두 대나 구매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집, 회사 둘 다 무접점을 쓰다 보니 조금 질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기도 했던 찰나에 "커스텀 키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 기판과 바디, 스위치 등을 조합해서 나만의 키보드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언젠가 한 번 해봐야지~" 하다 결국 HHKB와 완전히 동일한 배열의 커스텀 키보드 키트를 찾아버렸고.. 결국 구매해버렸습니다.

Tokyo60키보드에 Kailh Pro Burgundy 스위치를 조립하고 있는 사진

키트는 Drop(드롭)에서 Tokyo60(도쿄60)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60% 키보드라도 선택지가 꽤 많았었는데, HHKB와 완전히 같은 배열을 가진 친구들은 몇 없었습니다. Tokyo60이 그런 친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고, QMK를 통해 직접 키 배치 등을 커스텀 할 수 있는 부분도 흥미로워 결정했습니다.

스위치는 원래 Cherry(체리) 갈축을 가장 좋아했었고, 많이 봐줘도 택타일(넌클릭) 스위치만을 사용했었는데, 이번엔 리니어 스위치를 사용해보려고 했습니다. 언제 한번 기회가 되어 Kailh(카일) 흑축을 타건해 봤을 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았던 기억이 있어서였는데, 흑축은 돌덩이같이 무거워서(...) 조금 더 가벼운 스위치를 찾아봤습니다.(적축은 너무 가벼웠고요..) 그러던 중, 알맞아 보이는 스위치인 Kailh Pro Burgundy(카일 프로 버건디)를 찾아냈고 이것으로 결정했습니다. 키압도 50g내외로 적절하기도 하고, Cherry 이외의 스위치는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해서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Keychron XDA PBT 키캡을 장착한 키보드의 모습

키캡은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했습니다. 원래는 Drop에서 시킬 때 같이 시킬까 했는데 다 무지막지한 가격을 자랑해서.. 장고의 장고를 거듭하다, Keychron(키크론)의 키캡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그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예쁠 뿐만 아니라 XDA프로필 키캡이 따로 있어서 생각보다 먼저 손이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ㅋㅋ) 창고에서 체리 스위치 키보드를 쓸 때 사용했었던 포인트 키캡도 찾아와 달아주었습니다.

우측면에서 촬영한 책상 위 키보드 사진

그리하여 완성된 나만의 키보드! 위에 줄줄 적어놓았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PCB / 바디 Tokyo 60 Keyboard Kit
스위치 Kailh Pro Burgundy
키캡 Keychron K2 XDA PBT Keycap + 포인트 키캡
0:00
/

타건해보지 않아서 키감은 살짝 불안했었는데, 대부분의 리뷰 대로 적축과 흑축 사이 어딘가의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ㅋㅋ) 적당히 무거워서 피로도 덜하면서도 누르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스태빌라이저 소음이 꽤 심한 것입니다. 엔터 키나 시프트키는 그럭저럭 참을 만한데 스페이스 키가 꽤 높은 음을 내서.. 나중에 윤활 같은 것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키보드에 설정한 Fn키 레이아웃
키보드에 설정한 Fn키 레이아웃

QMK는 힐끗 보았을 때 뭔가 복잡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편리했습니다. QMK Configurator(QMK 컨피규레이터)로 키맵을 정하고 QMK Toolbox(QMK 툴박스)로 플래싱 하는 과정을 진행하는데, 중간에 잘못되어 PCB를 날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덜덜 떨면서 진행했지만 아무런 탈 없이 잘 적용되었습니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Tokyo60의 경우, DFU모드로 진입하는 키 조합이 좌시프트 + 우시프트 + B입니다. 키트에는 설명서 하나 들어있지 않아서 찾아보는 데 꽤 애먹었습니다(...)

키맵은 HHKB배열을 최대한 따르면서도, Fn키 조합을 좀 더 기억하기 쉽고 누르기 쉽게 손봤습니다. 예전에 ThinkPad UltraNav(씽크패드 울트라나브) 키보드를 쓰면서 PgUp / PgDn 버튼이 방향키 옆에 있었던 것이 꽤 편했던 기억이 있어 그런 아이디어를 적용한 부분도 있고, 미디어 버튼도 설정할 수 있어 < 버튼에 이전, > 버튼에 다음, R CMD에 재생 버튼을 할당해 빠르고 직관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보았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노트북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있는 사진

첫 커스텀 키보드라 꽤 노심초사하면서 조립하고 다뤄보았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쏙 듭니다. 기성 키보드에서 채워줄 수 없는 몇 퍼센트의 부족함을 부분부분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커스텀 키보드로 원래 쓰던 HHKB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써버려서.. 한동안은 이게 최초이자 마지막 커스텀 키보드가 될 것 같습니다.(ㅋㅋ)

여하튼 무언가 견문도 넓혀진 것 같고, 오랜만에 의미 있는 소비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