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를 사다.
낭만과 감성이 넘치는 필름 카메라와 함께.

FUJFILM X100V(후지필름 X100V) 카메라를 들인 지 어느새 반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사실 성능이야 풀프레임이었던 기존 Sony α7 II가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너무 크다 보니 들고 다니려면 큰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이 카메라가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좋아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필름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후지필름이 옛날에 생산했던 필름으로 찍은 듯한 분위기로 색감 등을 보정해주는 기능이었는데, 딱 제가 원하는 감성이다 보니 늘 이걸 고르며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을 찍다가 문득 "진짜 필름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결국 필름 카메라를 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카메라를 팔려고 남대문을 전전하며 현실판 전당포 사나이들을 찍고 있는 친구와 함께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느새 카메라를 사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예상보다 빠르게 필름에 입문하게 되었고, 제 첫 필름 카메라는 "MINOLTA Hi-MATIC F"(미놀타 하이매틱 F)란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사진 찍기를 좋아할 때부터 "미놀타"라는 브랜드에 로망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제대로 된 "카메라"라는 물건을 본 것이 학교 선생님이 사용하셨던 미놀타 브랜드의 카메라였다 보니,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이름만 남았어도 그 빛이 관통하는 푸른 원 심볼을 보면 아직도 마음 어딘가가 움직여집니다.

미놀타 필름 카메라 중에서는 더 기능도 많고 유명한 X-700 같은 카메라도 있지만(이건 친구가 빌려주어 한 번 만져보았습니다.) X100V를 골랐을 때와 마찬가지로 "들고 다닐 수 있게 가볍고 작은 것"이란 조건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와 함께, "필름 카메라는 뭔가 현대적이면 폼이 안 난다!"라는 마음 한편의 잘못된 신념이(...) 결합하어 결국 제 손에 올려지게 되었습니다. 메탈 바디라는 점도 한몫하기도 했답니다.

사진을 벌써 찍으러 다녔습니다. 광화문과 인사동, 그리고 집 근처인 북서울 꿈의숲을 돌아다녀 보았고 두 곳 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필름 값이 말도 안 되게 비싸긴 해도 셔터를 누를 때의 설렘이 차원이 다르다 보니, 앞으로도 가끔가다 필름 카메라를 손에 들고 다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