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바꾸다.

꿈에그리던 해치백, Lexus CT200h를 사다.

Lexus CT200h 차량이 한 밤중 공원에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는 모습
눈오는 숲 속에 세워져 있는 기아 레이 차량

레이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넘어 사랑했습니다. 친구들이 선물로 사주었던 자동차였을 뿐만 아니라 제 인생의 첫 차다 보니 아무래도 물건 그 이상의 애정이 안 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레이를 탈 수는 없는 일일 것입니다. 언젠가는 제힘으로, 원하는 차를 사야 할 순간이 올 것이라 레이를 받을 때부터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올해나 내년쯤으로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어느새 지금이 되어버렸습니다.

좌: BMW 1 Series, 중 : KIA K3GT, 우 : 폭스바겐 골프 GTI (출처 : 각 제조사)

다음 차는 꼭 해치백을 타리라 다짐했습니다. 작으면서도 스포티하지만, 레이와 같이 실용성을 놓치지 않는 다재다능한 머신이라 생각해서 순수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인기 차종이다 보니(...) 도로에 나오면 유니크해지는 기분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BMW 118d기아 K3GT, 폭스바겐의 골프 같은 차를 고민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렉서스에 눈길이 가기 시작해 CT200h를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역시 비인기 차종이다 보니 단종되어버려서 최신 연식의 짧은 키로 수를 가진 매물이 정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엔카에서 하나둘 사라지는 매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원하던 연식 이상의 자동차가 단 두 대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놓쳐버리면 영영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스윽 들었고, 또 놓치고 후회하기보다 큰 결단을 내려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가 저에게로 찾아왔습니다.

Lexus CT200h의 뒷모습

렉서스 CT200h는 정말로 세상에 둘 없는 카테고리의 해치백일 것입니다. 앞뒤로 렉서스 특유의 날카롭고 우아한 눈매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연비를 자랑하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인테리어도, 익스테리어도 이런 매니악한 일본 차 스타일의 럭셔리를 표방하다 보니 왜 단종되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독특해서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매우 컴팩트한 차량이긴 해도 레이보다 주둥이와 폭이 길다 보니 아직까지도 적응을 하고 있는게 흠이긴 하지만, 다행히 주행 보조 센서가 잘 되어 있어 아직까진 큰 문제 만들지 않고 잘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차량 사이를 지나가는 Lexus CT200h

여하튼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새로운 동반자를 만났습니다. 제 힘으로 산 첫 번째 차량이기에, 그만큼 이 친구와 함께 그려갈 경험들이 기대됩니다.

캠핑 장비와 함께 있는 레이 차량

레이에게는 그동안의 추억을 만들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약 2년 반 동안의 시간 동안 제 발과 사물함, 그리고 텐트가 되어주었고, 사진과 캠핑 등 그동안 도전하지 못했던 또다른 세계와 저를 이어주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지난 몇 년간 일어났던 번아웃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진정한 친구였다 보니, 마지막 드라이브를 했을 때 기분이 싱숭생숭했답니다.

다음 주인인 제 친구와 함께 저와 함께했을 때보다 더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 나가길 바라며, 지금까지 부족한 주인이어서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레이에게 전해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같이 여행이나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